[SBS/굿뉴스피플]괴짜 발명왕 교감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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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9/13/2016

광주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의 교감 선생님인 김명철(64세)씨는 매일 아침 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버려진 폐품을 줍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 내에서도 이미 유명인사인 그의 별명은 ‘괴짜 발명왕’, 그렇게 모아온 폐품들을 이용해 기발한 발명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수업 교구로써 사용할 수 있는 정통 과학 발명품은 기본, 버려진 구둣솔 위에 모터를 달아 만든 구둣솔 청소기, 폐 건진지에 고무줄 탄성을 더해 만든 호버 크래프트까지 과학 원리와 함께 아이들의 재미까지 고려해 만든 발명품의 종류는 100여 가지가 훌쩍 넘는다.
제대로 된 과학교구를 접하기 어려웠던 학생들을 위해 직접 폐품 발명품을 만들기 시작한지 언 20여년, 내달 43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무리 하게 된 선생님은 그 어느 때보다 발명품 개발에 열심이라는데… 쉬는 시간만 되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늘 북적이는 괴짜 교감 선생님의 발명교실을 찾아가 본다.

광주 송정동초 김명철 교감
-환경을 지키는 마이다스의 손
-폐품을 과학실험도구로 깜짝 변신시켜
자원재활용과 재미있는 수업 一石二鳥

자신이 발명품 과학 도구를 시연해 보이고 있는 김 교장

초등학교 시절 한번쯤 과학자가 되고 싶은 꿈을 갖곤 한다. 만화에 등장하는, 독특하지만 머리는 비상한 과학자가 세계를 바꿔놓을 만큼 새로운 기구를 발명하는 것을 보면서 막연하게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그런 희망 같은 것.

하지만 현실에서 과학이란 그리 쉽고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차츰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잃어가곤 하는데,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위치한 송정동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과학은 영화나 만화 속에서처럼 꽤 신기하고 재미있는 놀이가 되고 있어 화제다. 그 이유는 바로 지난 3월 부임한 김명철 교감선생님 때문.

생활에도 활용 가능한 김 교장의 발명품

 

김 교감선생님이 송정동초로 전임하면서 옮겨온 짐은 2t트럭 1대 분량이었다. 트럭을 가득 채운 짐은 모두 폐품으로 만든 과학 실험 도구였다. 그는 “학교를 옮길 때마다 늘 있는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송정동초에서는 이런 교감선생님을 위해 빈 교실에 ‘생활과학체험실’을 마련해 연구 공간으로 제공했다. 김 교감선생님이 30여 년 동안 과학 수업 의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발명한 100여 종류의 작품이 있어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과학에 대해 공부도 하고 연구하고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김 교감선생님의 발명품들이 모인 ‘생활과학체험실’에는 신기한 과학 실험 도구들이 많다. 나무젓가락 끝에 핀으로 얇은 플라스틱을 네모나게 잘라 붙인 발명품의 이름은 ‘진동개비’다. 나무젓가락에 홈을 내어 그 위에 다른 나무젓가락을 마찰시키니 그 진동으로 플라스틱이 돌아가는 원리다. 바람에 의해 돌아가는 ‘바람개비’와 비교해 진동에 의해 돌아가니 ‘진동개비’라는 재미난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는 또 다른 발명품을 보여주었다. 팝콘 컵을 엎어 그 위에 꽈배기 애벌레 모양의 인형을 장식하고, 컵 옆면에 빨대를 붙여 입으로 부니 컵이 진동해 애벌레가 춤을 추듯 움직이는 ‘춤추는 인형’도 있었다. 이밖에도 토네이도 원리를 알아보기 위해 두 개의 PT병 입구를 서로 연결해 물을 담아 모래시계처럼 만들어진 발명품뿐 아니라 요구르트 병에 구멍을 뚫어 빨대를 붙여 불면 피리처럼 소리가 나는 것 등 과학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 도구들이 즐비해 마치 과학관에 온 듯 한 착각이 들었다.

때문에 이 학교 학생들에게 김 교감선생님의 수업은 언제나 인기 만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실험 도구들이 폐품을 이용해 탄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 생활과학체험실에는 이런 발명품들 외에 많은 폐품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이 폐품들은 조만간 김 교감선생님과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 새로운 실험 도구들로 변신할 것이다. 김 교감선생님이 폐품을 이용한 과학 실험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90년 광주 서구 양동초교에 근무하면서부터였다.

과학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사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절약하고 아이들에게 재활용과 과학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 방법을 고민하다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이곳 송정동초까지 6곳의 학교를 옮겨 다니면서 매주 1차례 방과후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수집해온 폐품으로 발명품을 제작해 수업 자료로 활용하고 있으며, 매년 각종 경진대회에 출품, 지도하여 많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런 공이 인정되어 2004년 제2회 올해의 과학교사상 수상, 2005년 모범공무원상 수상, 2006년 한국교육자대상 수상, 2007년 한국발명협회장상 수상, 2008년 과학교육유공교사상 수상(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 등 70여회의 크고 작은 상을 수상하였다.

과학실험실 모습

 

올해에도 폐품을 재활용하여 발명품을 제작하는 발명과학동아리를 조직, 운영해 2009 광주광역시 과학동아리활동발표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으며, 제31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 출품해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우수지도교사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제1회 광주광역시 발명재능콘테스트에서도 송정동초가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수상할 수 있도록 지도하였다. 이런 김 교감선생님의 활동은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으며 각종 언론에 보도되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폐품 활용은 과학 실험 도구 뿐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활용 가능한 것들을 만들어 주변에 보급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김 교감선생님은 관내 교사들의 과학실험연수 때에 강사로 활동할 때마다 자원재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며 과학인구의 저변확대와 과학의 생활화를 위해선 과학교사들의 역할과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39여년의 교직 생활을 하면서 그의 신조는 ‘교사가 즐거워야 학생이 즐겁고 학생이 즐거우면 공부가 즐겁다’이다. 늘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 준비를 하고, 아이들의 밝고 맑은 얼굴을 떠올리며 오늘도 새로운 무언가를 발명하기 위해 폐품을 모으고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김명철 교감선생님. 퇴직 후에도 폐품을 재활용한 발명·과학 실험 도구들과 함께 하는 ‘생활과학박물관’같은 공간을 마련해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과학의 세계로 계속 이끌어 가는 안내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김 교감선생님과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소통할 수 있다면 더 좋을 수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