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폐품을 오색찬란하게 재’조명’하는 아티스트, David Batche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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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8월 19일

언뜻 보기엔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키는 샹들리에 같다.

색색의 빛을 내며 길게 늘어뜨려진 모습이 생동감과 우아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이 조명의 정체는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투박하기 그지없는 플라스틱 페트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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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Upcycle T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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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Upcycle That

 

이 페트병 조명 “Candela 7/450 For the Death Star”은 2006 Edinburgh Art Festival을 위해 Bloomberg LP가 아티스트 David Batchelor에게 부탁해 만든 것으로, The Royal Botanic Garden Edinburgh에 걸려있다.

1955년 스코틀랜드 출생의 David Batchelor는 런던에 거주하고 있으며, 일상에서 버려진 물건들을 이용해 빛과 색을 살려내는 작업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Candela 7/450 For the Death Star” 또한 450개의 가정용 플라스틱병을 업사이클하여 만들었다. 빛의 밝기를 나타내는 단위인 Candela(광도)와 For the Death Star라는 작품명을 미루어보아, 아마도 버려진 450개의 플라스틱병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만들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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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ulture 24

 

 

이번엔 마치 TV 화면조정을 떠올리게 하며 역시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 위의 설치물은 23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한 Days Like These: Tate Triennial of Contemporary British Art 2003에 출품한 것이다. 산업 선반과 형형색색의 아크릴 수지를 활용하여 만든 이 조명 타워는 Tate Britain의 Duveen Gallery 천장까지 뻗는 기둥의 모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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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avid Batchelor

 

 

2012년 브라질 상파울루의 Galeria Leme에서 보였던 “Slugfest”는 고철을 이용한 조명 전시이다. 민달팽이(Slug)를 생각나게 하는 색깔과 모양의 고철 덩어리 양 끝에  색색깔의 네온튜브 조명을 달아 갤러리 곳곳에 설치하였다(fest: 축제). 이 민달팽이 고철들은 상파울루 근교의 고물상에서 수집한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산업용 철강 파이프를 업사이클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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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Upcycle That

 

 

“Festival Remix”(South Bank Center, London, 2006)라는 칵테일 같이 상큼한 제목의 작품은 상큼한 것과는 거리가 먼 대형 쓰레기통을 활용했다. 그 안에는 철과 전선, 형광등을 재료로 만든 네온빛 조명을 채워 쓰레기통과의 묘한 조화와 대조를 동시에 이룬다.  David Batchelor의 설명은 이 같은 그의 작품의 의미를 더해준다. “I’m interested in the things that populate our environments but are often overlooked, either because they are so ubiquitous or just plain func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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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avid Batchelor

 

 

30개의 플라스틱 썬글라스로 만든 “Eyeball 10(multicolor)”. 각기 다른 색의 썬글라스 알들이 만난 모양새가 5장 꽃잎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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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avid Batchelor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썬글라스를 디스코볼 형태로 엮어 이번엔 이를 전기모터와 알루미늄 그리드에 연결시켰다.  공중에서 부유하듯이 움직이며 하나의 거대한 만화경을 연출해 낸 이 작품은 영국에서 가장 앞서가는 공공예술프로젝트인 Folkestone Triennial에 “Disco Mecanique”라는 이름으로 참여했다.  Fernand Leger의 1924년 영화 ‘ Ballet Mecanique’에 영감을 받았으며, 과거 Metropole Hotel의 볼룸이었던 Metropole Gallery에 전시되었다는 점에 착안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수샙개의 디스코볼들이 실제로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돌아가면서 반짝이는 투명한 색색깔의 빛을  흩뿌린다고 하니 하나의 작은 갤럭시 같을 그 모습이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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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aatchi Gallery

 

 

David Batchelor는 서울에 3차례 상륙하기도 했었다. 그 중 2008년 국제 갤러리에서 기획한 영국 현대미술전인 Irony & Gesture에서 선보인 “Parapillar 7 (Multicolour)”은 플라스틱, 금속, 고무, 목재, 깃털 등을 업사이클해 작업했다. 

 

 

2014년에는 St Pancras International 기차역의 Grade I* 부분인 Barlow Shed roof에 “Chromolocomotion”이 걸렸다. (* 영국에서는 건축적 또는 역사적으로 특별한 가치를 지니는 건물을 리스팅(Statutory List of Buildings of Special Architectural or Historic Interest)하여 Grade I, II를 부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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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molocomotion - Terrace Wires art programme at St Pancras International 3

 

 

앞선 작품들에서 볼 수 있듯이 David Batchelor가 평소 즐겨 사용하는 투명 아크릴 수지판을 테트리스처럼 배열하여(하지만 그는 한번도 테트리스를 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빛이 들때에 사람들에게 레인보우 샤워를 선사한다.

David Batchelor 또한 이러한 풍경에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Well, you can’t not like that)”이라며 상당한 만족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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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amden New Journal (위의 3개 모두)

 

 

우리가 지나치는 일상의 폐품을 총천연색의 빛을 발하도록 재’조명’하여 업사이클링의 일상적이고도 예술적인 해석을 보여주는 David Batchelor와 같은 아티스트를 더 많이, 자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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