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업사이클링: 개발 vs. 재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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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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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Allen

 

앞선 포스팅에서는 영국 런던 남부지역에 있는 폐화력발전소 뱅크사이드의 외관을 살려 국립 미술관인 테이트모던으로 만든 산업건축물 업사이클링 사례를 보았다. 오늘은 그에 이어 폐수력발전소를 외관은 물론 내부까지 그대로 유지시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혁신적인 공간 업사이클링 사례, 와핑 프로젝트(Wapping Project)를 만나보자.

와핑 프로젝트 역시 영국 런던에 있는 수력발전소를 개조한 케이스이다. 런던 시의 동쪽에 위치한 와핑 수력발전소(Wapping Hydraulic Power Station)는 1947년 지어진 뱅크사이드 보다 훨씬 오래 전인 1890년 완공된 것으로, 1977년까지 약 100년 가량의 시간 동안 런던 시내 곳곳의 승강기와 대중교통 등의 전기공급을 담당하였다.

와핑 수력발전소가 있던 런던 동쪽의 도크랜드(Dockland) 지역은 템즈 강가의 워터프론트 일대로 대영제국 시절부터 세계적인 항구 역할을 하였으나,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대형화된 선박과 컨테이너의 규모를 소화하지 못하게 되면서 마침내 1981년 모든 도크(Dock)가 폐쇄되고 항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다. 더불어 전통적 도시형 공업 방식이 쇠퇴하며 방치된 창고와 공장, 발전소 등이 산재되어 엄청난 인구 감소와 주택 노후화로 동쪽 지역이 쇠락하였고, 템즈 수변공간에 친수성과 접근성의 문제가 발생되었다. 화려한 항구 역사를 자랑하던 런던 동쪽 도크랜드 지역은 20세기 중반 이후 런던에서 가장 낙후되고 범죄율이 높은 지역이 되면서 가난한 이민자와 난민들이 머무르는 곳으로 전락하였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에서는 환경청을 중심으로 LDDC(London Docklands Development Corporation)를 설립하여 1981년부터 1998년까지 약 20여년 간에 걸쳐 도크랜드 재개발사업을 추진하였다. 총면적 2200ha(665만평; 서울 시의 한 구 정도의 면적)에 해당되는 도크랜드 재개발사업은 산업의 활성화와 생활환경 정비, 신교통 시스템의 도입, 역사적 경관의 보존을 주목적으로 5개 지구로 나뉘어 추진되었으며, 그 중에 하나가 와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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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he LDDC History Pages

 

와핑 수력발전소는 이러한 도시 재개발의 배경을 가진 지역에 놓여져 있었고, 1991년 LDDC의 대표가 영화 촬영 장소를 물색하고 있던 호주 출신의 아트디렉터 줄스 라이트(Jules Wright)에게 발전소를 소개해주면서 새로운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줄스가 회상하기로는 아마도 LDDC는 발전소를 촬영 이후 헐고 아파트(flat)을 짓고 싶어한 것으로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줄스는 발전소를 본 순간 사랑에 빠졌다. 세계적인 극 연출가 피터 브룩(Peter Brook)과 그와 40년을 함께한 빠리의 부프 뒤노르 극장(Théâtre des Bouffes du Nord)를 떠올리며 런던 버전의 전설적인 아트 디렉터를 상상했다. 줄스는 와핑 수력발전소를 특설 공연장으로 만들었고, 곧 개발권을 따내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긴 소송과 4백만 파운드(약 72억원)투자라는 고된 여정 끝에 1998년 수력발전소와 주변 개발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건축가인 남편 조슈아(Joshua Wright)의 손을 거쳐 전시∙공연장과 레스토랑을 겸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마침내 2000년 개관하게 되었다.

템즈 강변의 풍경과 19세기 발전소의 묘한 조화에 반한 줄스는 와핑 수력발전소의 내∙외부 형태를 최대한 보전하는데 집중하였다. 기존 건물의 외관은 물론 보일러, 펌프, 도르래 등 내부의 시설장비까지 유지시켜 발전소의 과거 공업적인 분위기와 그 밑에 있는 역사를 담아낸 진정한 도시 ‘재생’의 훌륭한 본보기이다. 특히 넓은 공간의 보일러와 필터 하우스를 1890년대 형태로 그대로 돌려놓아, 빈 공간 그대로 쓸 수도 있고 350명의 관중석을 놓을 수도 있도록 공간활용의 탄력성을 극대화하였다. 이렇게 100년을 넘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필요한 인테리어만 얹어서 완성된 와핑 프로젝트는 Grade II listed building*으로 등재되었다.
* 영국에서는 건축적 또는 역사적으로 특별한 가치를 지니는 건물을 리스팅(Statutory List of Buildings of Special Architectural or Historic Interest)하여 Grade I, II를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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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us Boulton

 

와핑 프로젝트의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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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miza

 

수력발전소 시절의 현판마저도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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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LondonTown

 

정원 한켠에는 온실처럼 만든 서점이 있고, 사람들이 자유로이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한편 조형예술품도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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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London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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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London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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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0 Corso C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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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 Jones

 

VLUU L100, M100 / Samsung L100, M100
by G De Si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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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 Expert

 

내부 1층에 자리잡고 있는 레스토랑 ‘와핑 푸드’는 영국 TOP10 레스토랑으로 꼽힐만큼 훌륭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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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nnamalproduc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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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AGWE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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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he Nu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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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ld Duck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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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he Wapping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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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tini

 

레스토랑은 아래와 같은 통로를 따라 갤러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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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London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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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esign Week

 

발전소 내부를 그저 깨끗하게 청소해 놓은 느낌마저 주는 엔진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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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esign Week

 

공간탄력성을 극대화한 보일러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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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Inside Out Luxury

 

2004년 있었던 Annabel Elgar의 전시: The R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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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tie Brown

 

2000년 있었던 Christie Brown의 전시: Fragments of Narrative

 

BBC 방영 Clip: 와핑 프로젝트 + 줄스 라이트 인터뷰

 

도크랜드 재개발사업 이후, 2012년 런던올림픽 주경기장이 런던 동쪽에 들어서면서 동쪽 지역의 개발은 더욱 활발해졌고, 올림픽을 전후로 눈부신 발전을 하여 새롭게 떠오르는 지역으로 꼽혀 런던 방문 시 꼭 둘러보아야 하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그러나 와핑 프로젝트는 아티스트와 방문객들에게 사랑받는 만큼 지역과 소통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보다 많은 아티스트의 작업과 작품, 전시공연이 지역 주민들에게 유무형의 혜택을 주고 더 활발하게 교류되었으면 좋았으련만, 와핑과 지역 주민들과는 둘러싸고 갈등이 있어왔다. 특히 정규 오픈 시간을 넘기는 야외 영화 상영, 아티스트나 유명인사의 모임 등으로 인한 소음이 이웃 주민들로부터의 주된 민원이었다. 이러한 민원이 지자체와 경찰에 꾸준히 있었고 의회에서는 끝내 와핑 프로젝트의 폐쇄를 요구했다.  20000년 개관 이후 13년 동안 많은 아티스트와 관광객의 주목을 받고 와핑 수력발전소의 모습을 간직한 그 존재 자체로 많은 의미를 던져주었던 와핑 프로젝트는 2013년 12월 그렇게 문을 닫았다.

런던의 역사와 도시개발, 그리고 한 아트 디렉터의 꿈이 맞물려 태어날 수 있었던 특별한 장소,  와핑 프로젝트. 와핑이 있게 한 역사와 공공개발정책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그 공간 속에서 지속될 수 있도록  주변 환경 및 주민과 소통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 직접 보여주며 빛과 그림자를 남긴 급진적인 공간 업사이클링 사례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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